제목 : 최인호베드로 형제를 생각하며
번호 : 22 작성자 : 김광연. 작성일 : 2013-09-30 조회수 : 2970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난다.

당신은 나의 먼지.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난다.


당신은 나의 먼지.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야 하겠다.


나는 생명
출렁인다.'


알듯 말듯 뜻모를 이야기를 마지막 글로 남기고 저희와 동시대의
문화적 감수성을 앞에서 이끌며 가장 진하고 깊이있게 표현하였던
뛰어난 글쟁이 최인호 형이 떠났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구입하였던 책도, 가장 많이 읽었던
글도 최인호형제님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서로 남이지만 남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몇 안되는
분이었어며, 천주교에 입교하게 된 의식의 저변에 깔려있는 뇌세포의
변화도 참 비슷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압구정동에서 한동네에 살고있을 때에는 골목길에 있는 조그
만 대중목욕탕에서 원초적인 모습으로 자주 마주치곤 하였습니다."어
니언스"라는 듀엣으로 젊은 시절 인기가 많았던 가수 임창제형과 함
께 최인호형을 좁은 탕안에서 자주 마주치다 보니 서로 안면이 있어
수인사 정도는 나눌 수도 있었으나, 그 당시에도 벌써 너무나 유명한
스타급 작가반열에 있는 분이라서 감히 먼저 인사드리고 팬입니다.라
고 할 정도의 숫기조차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평소 늘 가까운 사람들에게 'I LOVE YOU.'라고 밝고 환하게 인사
하듯이 임종을 함께 한 아내와 딸이 'I LOVE YOU.'라고 마지막
인사를 하니 'YOU TOO.'라고 마지막 답사를 하였답니다.
'하느님이 오셨다.'면서 환하게 웃음을 지으면서 떠나셨다고 하니
안타까운 죽음에 대하여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돌아가시는날 여의도에 약속이 있어서 한강변 올림픽대로를 달리는데
유난히 불그스름한 저녁놀이 아름답게 느껴지며 강바람이 시원하여
자동차 에어컨을 끄고, 차창을 내리고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음미하고
있을 즈음 형께서는 조용히 하느님의 부름에 응하신 것이었습니다.
명동성당에서 치러진 영결식 날은 종일 비가 내려 애도하는 이들의
슬픔을 가슴깊이 저며들게 하였습니다.
생전에 언론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침샘암으로 인하여 쇳소리처럼 어
렵게 토해내는 목소리로 '나는 환자로서 그냥 평범한 인간으로서 죽지
않고 작가로서 죽겠다'며 추석전 카톨릭성모병원에 입원할때까지 출판
사 작업실에서 집필에 마지막 힘을 다하며 결코 손에서 놓지 못하였
던 몽블랑 만년필과 원고지, 그리고 미안함과 고마움과 사랑스러움
그리고 사후의 걱정으로 차마 눈을 감기가 어려웠을 가족들을 두고
떠나는 마음 오죽이나 가슴 아파겠습니까?
이제 이승에서의 모든것을 훌훌 털어버리시고 서울주보에 글 쓰실 일
도,항암치료 받을 일도, 방문객 맞이 할 일도. 인터뷰 거절 할 일도
없는 천국에서 어릴 때 돌아가신 아버님과 평생 홀로 자식들 키우신다
고 고생 많이하셨던 어머님도 만나시고, 생전에 가까웠던 천국선배님
들이신 박완서선생님, 김점선선생님,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님, 이
태석신부님등 여러분들 만나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마음껏 나누시고 멋
진 나들이도 한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최인호베드로 형제님의 천상에서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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