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떤 결혼식
번호 : 22 작성자 : 김광연 작성일 : 2014-09-29 조회수 : 2622

토요일. 가을. 화창한 날.

안선생의 고교시절 절친한 친구 딸의 결혼식이 있어서, 주말에는
차를 가지고 서울나들이 하는 것을 피하지만, 오늘은 일찌감치
자동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습니다.
교통방송에서 경부고속도로는 달래네부터 벌써 정체가 심각하다고
하여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를 이용하여 강북강변도로를 거쳐
동부이촌동에 위치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한강성당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여 차를 몰았습니다.
일찍 서두른 탓에 다행히 여유있게 도착하여 혼주에게 인사드리고
그 날의 주인공인 예쁜 신부 마리아도 보았습니다.
어찌나 신부가 엄마를 많이 닮았는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안선생 친구의 옛날 젊은 시절을
다시 보는 듯 하였습니다.

아담한 한강성당에 아기자기 하게 꾸며져 있는 십자가의 길, 성모상
등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혼례미사를 위하여 2층에 위치한 본당에
들어가서 비교적 앞쪽자리에 앉았습니다.
예식이 시작되고 혼례미사를 집전하는 젊은 신부님이 나오셨는데,
얼굴이 옛날 오뚜기 카레 광고 모델같이 복스러워 보이는
인상이었습니다. 미사강론 시작을 "제가 7년전 사제 서품을 받고
첫 부임지 성당에서 신랑,신부를 만났습니다."라고 시작하여
신랑 요셉군과 신부 마리아는 청년부 교리교사로서 함께 봉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신부님께서는 교리 교사끼리 서로 연애하는 것을 금기시 하였는
데, 어느 날 저녁 요셉군이 사제관으로 전화가 와서 신부님과 독대를
신청하여 소주잔을 앞에 두고 만났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자꾸만 마리아가 눈에 들어 온다고 고백을 하여서,
신부님께서 그러면 교리를 배우는 학생이나 주위 사람들이 절대
눈치채지 않게 성당내외에서 각별히 처신에 신경쓰라는 당부와
함께 사랑한다면 끝까지 변치말고 결혼까지 가길 바란다고
하셨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지켜서 오늘 성스러운 혼인식을 하게 된 것에
대하여 두분께 감사드린다고 하시면서, 그 날 저녁 사제관 신부님
방에서 신랑이 좋아했던 에스프레소 커피머신기를 깨끗이 청소하여
신혼여행 다녀오면 결혼선물로 주겠노라고 하셨습니다.
하객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참 멋진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신부의 이름이 "지혜"여서 성경 구절에 지혜라는 단어가
나오는 부분 "지혜를 얻게 되면 죽을 곳에서 살게 되고, 지혜를
얻는 자는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고 부귀와 영화를 얻을 수 있으며,
오래 살게 되고 고통과 멍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지혜를 얻는 자와 명철을 얻는 자는 복이 있나니"(잠언 3:16)
"지혜는 진주보다 귀하니 너의 사모하는 모든 것으로 이에 비교
할 수 없도다. (잠언 3:16) 등을 발췌하여 신부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으로 끝까지 약속을 지켜 지혜를 얻은
신랑 요셉은 남자 중에 상남자라고 균형을 잡아주면서 "당신멋져" 사
행시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면서 사세요."라고
강론을 마쳤습니다.

흔히들 교회나 성당에서의 결혼식이 따분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는 짧고, 재미있고, 울림이 있는 혼인미사가 되었습니다.
신랑, 신부의 본명이 요셉과 마리아이어서 더할 수 없는 거룩한
성가정이 자연스럽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태어날 자녀는 예수님을
닮아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를 이어갈 큰 성인이 될 수도 있겠다 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피로연하는 연회장에서 신부님을 뵙게 되어 "멋진 강론에 감사드리며,
큰 신부님 되세요."라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오랫만에 마음이 함께 하는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강변로에는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어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여름이 다 타버린 뒤에 재가 남아서 가을이 된다고 합니다.
지금은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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